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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9-03 (토)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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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 자살사건의 ‘무한반복’에서 벗어나려면
복지사각지대 자살사건의 ‘무한반복’에서 벗어나려면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또 다시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사건이 일어났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수많은 정책 개선이 있었지만 중증질환과 생활고를 겪던 수원 세 모녀에게 복지는 끝내 찾아가지 못했다. 이들은 등록주소지와 실제거주지가 달라서 발굴되지 못했다.
이에 복지부는 위기 정보를 현행 34종에서 39종으로 확대하고 경찰 수사기법을 활용해 현행 법령상 아동·치매노인·정신장애인 실종에만 한정된 개인 위치추적을 위기가구까지 허용하는 법률 개정 등을 포함한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도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지만, 전세계 정책들이 우리나라에 모두 들어와있다고 할만큼 이미 해 볼 수 있는 정책들은 거의 다 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지 않지만 남아있는 정부대책은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공무원 적정인력 확보 및 재배치이며 또 하나는 공무원의 재량권 부여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찾아가는 복지’를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 기준 기초생활수급자가 236만명에 달하는데 반해 복지 담당공무원은 전국에 3만여명에 불과해 공무원 1인당 평균 약 80명의 수급자를 맡고 있다. 기초연금, 장애수당, 보육료 지원 등도 복지 담당공무원의 몫이다.
공무원을 늘리자고 하면 거부감이 많은데 기존 수급자를 챙기는 데도 벅찬 상황에서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원 세 모녀가 빚 문제로 주소지를 감추면서 수급신청을 못했던 속사정을 고려하면서 위기가구를 다 발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단의 조치’로 최소한의 공적 복지체계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인력은 필수적인 요소다. 증원이 어렵다면 시대 변화에 따라 기존 공무원을 복지분야로 재배치할 필요도 있다.
당장은 복지 담당공무원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정부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대민접촉이 많은 통·리·반장, 집배원, 검침원 등과 함께 복지사각지대를 중점적으로 발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이웃에 대한 관심을 좀 더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비극적인 고독사나 생계형 자살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수급조건도 까다롭다. 위기가구를 혹시 발굴하더라도 실제 수급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국민이 느끼는 복지체감도는 낮을 수 밖에 없다.

복지 담당공무원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대신 전산시스템으로 부정수급 예방에 초점을 두는 소극적 행정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찾아가는 복지’는 요원하다.
필요하다면 담당공무원의 전문성에 기반한 재량권에 의해 수급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적어도 복수의 전문가 동의를 얻으면 수급기준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복지급여 수급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최소한 보장하는 것으로 수급자는 국가의 시혜를 받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이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은 아직 미약하다. 누구나 가난해질 수 있지만 우리 정서는 세금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생계비를 주는 일에 여전히 싸늘한 편이다.

복지수급 이유를 개인의 문제로만 보는 경향이 높은 탓이다. 근로능력 평가를 통해 ‘근로능력 없음’을 증명해 내야 하는 까다로운 수급기준을 보면 정부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빈곤가정은 수급신청 자체를 본인에게 해당사항이 없다거나 창피하게 생각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한번 뇌리에 박힌 생각 중에 틀렸다고 입증된 뒤에도 폐기되지 않고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것을 ‘좀비 아이디어’라 했다.

빈곤은 자신의 노력, 능력 탓이라는 우리 인식 안에서도 ‘좀비 아이디어’가 엿보일 때가 있다. 따라서 복지는 최소한의 권리라는 범국민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권리 인식이 강화되어야 창피하거나 신세지기 싫어 수급신청을 거부하는 위기가구들도 기초생활보장에 의지할 수 있다.

세 모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연을 지닌 수많은 죽음들이 쉽게 잊혀져 왔다. 빈곤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가난할 수밖에 없는 각기 다른 무수한 사연이 존재할 뿐이다.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부터 또 다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국민적 관심과 언론 보도가 집중되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지고 이후에도 비슷한 안타까운 사건들이 ‘무한반복’ 될 것이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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