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숨소리마저 죄가 되는 나라, 우리의 미래는 없다
아이들의 숨소리마저 죄가 되는 나라, 우리의 미래는 없다

(발행인칼럼)
최근 우리 사회를 씁쓸하게 만든 일련의 사건들은 대한민국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느 아파트 상가의 태권도장이 인근 시설단체에서 제기한 지속적인 ‘소음 민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아이들이 기합을 넣고 발차기를 하며 지르는 활기찬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공해’로 치부된 결과다. 심지어 초등학교 운동회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기적인 민원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는 웃지 못 할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태가 이쯤 되자 국회에서는 어린이 놀이 소리를 소음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경찰청은 학교 운동회 소음 신고에 대해 현장 출동을 자제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오죽하면 법과 공권력이 나서서 ‘아이들이 뛰어놀 권리’를 규정하고 보호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우리는 지금 심각한 모순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으며 ‘저출생 대책’을 외치고, 인구절벽으로 인한 국가 소멸을 걱정한다. 초 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어린이는 그 자체로 나라의 보배이자 대체 불가능한 미래 자산이다. 그러나 냉혹하게도, 현실의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그 어떤 여백도 허용하지 않는 ‘노 키즈(No Kids) 대한민국’을 향해 가고 있다.
물론 성인들의 조용할 권리와 사생활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와 주거 환경의 예민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집행하고 사회 질서를 감시하는 본지의 시각에서 볼 때, 지금의 현상은 단순한 ‘이웃 간의 갈등’을 넘어선 심각한 공동체 붕괴의 신호탄이다.
학교 운동회는 단순히 노는 날이 아니다. 아이들이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사회성을 기르는 신성한 교육의 연장선이다. 태권도장은 아이들이 호연지기를 기르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성장판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나오는 소리마저 ‘소음 쪼개기’ 식의 법적 잣대를 들이대며 사법기관을 끌어들이는 행태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마비 증상을 방증할 뿐이다.
경찰력이 아이들의 동심을 단속하는 데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찰청의 최근 지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법과 공권력은 공동체의 가장 약한 고리이자 미래인 어린이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야지, 이기적인 민원의 해결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와 기합 소리가 사라진 거리에는 결국 적막한 노년의 그림자만 남게 될 것이다. 어린이가 마음 놓고 뛸 수 없는 사회에 미래란 없다. 국가의 안위와 법질서를 고찰하는 사정기관의 눈으로 바라본 지금의 현실은, 우리가 법의 잣대 이전에 ‘인간성의 잣대’를 상실해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제 기성세대가 답해야 한다. 아이들의 숨소리마저 소음으로 규정하는 이 비정한 사회에서, 과연 우리는 누구를 위해 법을 세우고 누구를 위해 미래를 논하고 있는가. 아이들의 소리를 소음이 아닌 ‘내일의 희망’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포용력과 제도적 안전망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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