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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6-10-08 (목) 14: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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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영화제, 국민의힘 철회 요구에도 ‘암살자(들)’ 개막작 유지
싱가포르영화제, 국민의힘 철회 요구에도 ‘암살자(들)’ 개막작 유지
“창작적 비전 존중”…독립적 심사 통해 선정, 21일 예정대로 상영
국민의힘 의원 109명 철회 요구…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재구성 논란
영화제 선정과 사자명예훼손 법적 판단은 별개…창작의 자유·역사적 사실 적시 쟁점
싱가포르국제영화제(SGIFF)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을 제37회 영화제 개막작으로 예정대로 상영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영화제 측에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구했지만, 영화제는 독립적인 작품 선정 절차와 제작진의 창작적 비전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GIFF는 지난 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개막작 선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작품이 예술적 성취와 동시대 아시아 영화에 대한 기여를 기준으로 독립적인 심사 절차를 거쳐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 SGIFF “정치적 논란 인지…개막작 선정 유지”
SGIFF는 공식 입장문에서 제작진의 창작적 비전을 존중하며 작품을 예정대로 상영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특히 영화제는 ‘암살자(들)’이 역사적 사건에 허구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한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제작진의 설명을 소개했다.
제작진은 영화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내리거나 사실을 왜곡하고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영화제 측은 이러한 맥락에서 작품을 하나의 창작물로 관객에게 선보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영화제가 작품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별도로 검증해 논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평가하는 영화제의 선정 절차와 영화 속 묘사가 실제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 국민의힘 의원 109명, 개막작 선정 철회 요구
이번 결정은 국민의힘이 영화제 측에 작품 선정 철회를 요구한 이후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 109명은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며 SGIFF에 개막작 선정 재검토를 요청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있다.
당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겨냥해 총격을 가했고, 육영수 여사가 피격돼 숨졌다.
영화 ‘암살자(들)’은 이 사건을 소재로 기자와 형사 등이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실제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허구적 설정을 결합하면서 사건의 배후와 관련한 영화적 묘사를 놓고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측은 이러한 재구성이 실제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비판하고 있다.
반면 제작진은 작품이 역사적 사실을 확정하려는 기록물이 아니라 영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창작물이라는 입장이다.
◇ 토론토 이어 싱가포르까지…국제 영화제 상영
‘암살자(들)’은 지난달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국내 극장에서도 개봉했다.
SGIFF는 공식 입장문에서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국내 개봉 이후 약 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추석 연휴 기간 좌석판매율이 약 47%에 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영화제가 지난 7일 발표한 시점의 자료로, 이후 관객 수 변동과는 구분해야 한다.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는 오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개최된다.
영화제 공식 프로그램에 따르면 ‘암살자(들)’의 개막 상영은 21일 오후 8시 30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샌즈 시어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2일에는 싱가포르 국립박물관 갤러리 시어터에서 추가 상영도 예정돼 있다.
◇ 검경 전문지 관점① 영화제 상영 결정, 형사책임 면제 의미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법률적으로 구분해야 할 부분은 국제영화제의 작품 선정과 국내 형사법상 명예훼손 성립 여부다.
영화제가 창작의 자유와 예술적 성취를 이유로 작품을 상영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영화 속 역사적 묘사가 모두 사실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역사적 사건을 허구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작진에게 곧바로 형사책임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망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 사자명예훼손죄를 적용하려면 단순히 영화가 논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넘어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이나 대사가 사망한 사람에 관한 허위사실을 적시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 표현이 관객에게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허위사실에 대한 제작진의 인식이 있었는지도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
◇ 검경 전문지 관점② ‘역사적 사실 적시’와 ‘영화적 허구’ 구분이 관건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해서 모든 대사와 장면이 사실 적시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실제 인물과 사건을 토대로 허구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을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역사적 인물에 관한 구체적인 허위사실을 실제 있었던 일처럼 묘사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상 관객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면 법적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역사극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개별 장면뿐 아니라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과 허구적 설정, 시청자의 인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암살자(들)’ 역시 역사적 사실과 창작적 설정이 어떻게 결합돼 있는지, 논란이 된 표현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작품이 허구라는 설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 묘사라는 이유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 검경 전문지 관점③ 사자명예훼손은 고소 요건도 따져야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는 친고죄에 해당한다.
따라서 수사기관에 고발장이 제출됐다는 사실과 실제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법률상 고소 요건이 충족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형사소송법은 사망한 피해자의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 등에게 일정한 고소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과 관련한 형사절차에서는 고발 내용의 실체적 타당성뿐 아니라 적법한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고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기관의 사실관계 확인 자체가 반드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고소 요건은 수사 가능성과 공소제기 가능성을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 정치적 비판과 법적 책임은 별개…수사 결과 예단 경계
국민의힘의 개막작 철회 요구는 작품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비판의 영역에 해당한다.
SGIFF의 상영 결정 역시 영화제의 작품 선정 권한에 따른 판단이다.
반면 제작진에게 형사책임이 있는지는 구체적인 행위와 증거, 범죄 구성요건에 따라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이 세 영역을 혼동할 경우 정치적 논란이 곧 범죄 혐의의 입증으로 받아들여지거나, 국제영화제 상영이 역사적 진실에 대한 공적 인증처럼 해석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평가할 때는 영화제의 독립적 선정 절차를 존중하는 문제와 역사적 사실관계에 대한 검증,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 여부를 각각 구분할 필요가 있다.
SGIFF는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암살자(들)’을 예정대로 개막작으로 상영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국내에서 시작된 역사 해석 논쟁이 국제 영화제의 작품 선정 문제로까지 확대된 가운데, 향후 논란의 핵심은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인물에 대한 명예 보호가 형사법상 어디에서 충돌하는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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