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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20-07-17 (금)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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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 숙현 선수가 우리에게 남긴 숙재
故최 숙현 선수가 우리에게 남긴 숙재

발행인 칼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고 최 숙현 선수가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전도유망한 어린선수가 생명을 끊었다는 것도 너무 가슴 아프지만 수없는 경고의 메시지를 관계자에게 보냈는데도 마치 내일이 아닌 것처럼 무시당해 왔다는 게 더욱 분노가 치민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내용을 보면 청원인은 “팀닥터(자격없음)가 슬리퍼로 얼굴을 치고 갈비뼈에 실금이 갈 정도로 구타했으며, 코치를 겸한 남자 선수에게도 형언하기 어려운 모욕과 폭행을 당했고 심지어는 주장이라는 여자선수에게까지 수모를 당했다고 한다. 그동안 어떻게 선수생활을 지탱할 수 있었을까 의심이 갈 정도로 그는 감독과 주장선수 그리고 팀 닥터에게 모진 구타와 학대를 받았다. 빵 20만원어치를 사다 놓고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때까지 먹이고 토하면 다시 먹이는 만행은 도저히 눈뜨고 보기 어렵다.

인간으로서 이런 치욕을 겪으며 한 공간에 있었다는 것은 듣기만 해도 몸서리가 난다. 참다못한 피해자가 고소를 하니까 처음에는 잘못을 빌며 용서해 달라는 가해자들은 정작 수사기관에 와서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을 우리는 화면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스포츠계의 폭행은 대물림일까. 머잖은 시절에도 우리 스포츠계는 폭행과 비리가 많았다. 선배선수들은 후배들에게 얼 차림을 핑계로 수시로 때렸고 감독 코치는 걸핏하면 공공연하게 전지 훈련비 등을 선수들에게 갹출시켜 제 배를 채웠다. 역도의 사재혁, 스케이팅 이승훈 그리고 심석희 선수를 성폭행한 조재범 등 이른바 금메달리스트들의 일탈도 국민의 선망(羨望)을 배신하는 반 스포츠 행위로 철저히 지탄받고 있다.

그러나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될까?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된 위험한 지도자들의 그릇된 교안과,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시 하고 있는 스포츠 책임자들의 획기적인 의식개혁이 없는 한 이일은 반복될 것이다. 민족혼이 말살된 일본식민지 시대부터 잘못 받아들여진 승부욕, 선수개개인의 능력보다는 겁주고 때리고 해서 목표를 이루게 하는 망상적이고 전근대적인 지도자상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 방법으로 선수들의 역량을 극대화 시키고 훌륭한 패배를 인정하고 배울 수 있는 그런 지도자와 선수가 필요한 것이다.

국제 대회이든 국내 대회이건 또는, 학생 선수권 이든 총 망라해 최고의 성적과 세계기록을 보유한 경우라도 과정에 문제가 있고 정정당당 하지 못하고 성적향상을 위해 비인격적인 요소들이 존재한 결과라면 대상이 누구든 그 포상의 경중에 관계없이 기록과 수혜를 과감히 박탈하는 것도 엘리트 스포츠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꽃 같은 나이에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최 숙현 선수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공정과 개혁이다.
옛적에 운동을 한 후배 친구의 귀한 따님이라 더욱 가슴 쓰리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