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찰 ‘집회·시위’ 경비예산 70억 줄었다

내년 경찰예산 총 10조8181억…전년比 3753억 증가

내년 경찰 예산에서 집회·시위를 관할하는 경비쪽 예산이 올해보다 약 70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도 경찰예산 총 규모는 10조818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3753억원) 증액됐다. 부문별로는 일반예산이 10조5362억원으로 전년 대비 4.2%(4224억원) 증가했고 국유기금이 2819억원으로 14.3%(471억원) 감소했다. 특히 일반예산 가운데 인건비는 8조1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4.8%(3726억원), 사업비는 1조9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452억원) 각각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경찰 예산이 오름세를 보인 것과 달리 경비계통의 예산은 전년 대비 70억원 가량 감액됐다.

이는 의경 정원이 감축된데 따른 영향이 가장 크지만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패러다임이 통제·관리의 대상에서 보호·보장으로 전환해 살수차 등 집회·시위질서 유지에 필요한 장비 등의 도입을 줄인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현 정부의 집회·시위 지침과 예산 감축을 직접적으로 연결짓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도 “현재 집회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장비 등의 필요성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지금 갖고 있는 장비도 활용을 잘 안하는데 새로 장비를 들여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경비계통의 한 관계자는 “집회·시위 항목으로 예산이 별도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의경 정원이 내년에 5000명 가량 줄어든 게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집회·시위 가이드라인이 영향을 안 준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9월 일반 집회·시위에 살수차와 차벽을 배치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경찰청이 권고안을 받아들인 뒤 경찰은 물대포를 쏜 적은 없다. 지난달 21일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기지 장비 진입 시도 과정에서 경찰과 주민들이 극심한 물리적 충돌을 빚고 같은달 28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마포대교 무단점거 등 불법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은 강제해산을 위해 살수차를 투입하지 않았다.

박상용 기자